§

Vol. I · No. 4 · October 2026

Conducted by @raymondmfck295

My master blog 3395

❦

Contents

  1. I외로운밤에 그린 작은 드로잉 노트Oct 18
  2. II외로운밤에 쓰는 용서의 문장들Oct 18
  3. III외로운밤, 골목길 가로등 아래서 만난 추억Oct 12
  4. IV외로운밤, 꿈과 현실 사이의 얇은 막Oct 12

Article I

외로운밤에 그린 작은 드로잉 노트

By @raymondmfck295

밤의 종이 한 장이 나를 건졌던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한 밤이 있다. 화면을 끄고 난 뒤, 방 안이 조용해지는 속도에 맞춰 마음이 서서히 무너지는 밤. 몇 해 전, 그런 외로운밤이 반복되던 시기에 책상 모서리에 굴러다니던 영수증 뒷면을 집어 들었다. 검은 볼펜으로 금방 사라질 것 같은 선을 하나 긋고, 다시 하나를 더했다. 그 선들이 어딘가로 모여 작은 컵이 되었다가 식탁이 되었다.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종이 위에 작은 장면 하나가 정착했고,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날부터 나는 밤마다 종이와 도구 몇 개를 꺼내는 습관을 들였다. 거창한 작업이라기보다, 잠들기 전 가볍게 하는 양치질 같은 일. 그렇게 쌓인 페이지가 한 권, 두 권 넘어가자 그 노트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외로움이라는 무형의 무게를 눈으로 볼 수 있는 무늬로 바꾸는 도구가 되었다. 작고 가벼운 도구들이 주는 자유 밤 드로잉의 핵심은 문턱을 낮추는 일

Continue reading →Read 외로운밤에 그린 작은 드로잉 노트
§

Article II

외로운밤에 쓰는 용서의 문장들

By @raymondmfck295

그날도 잠들지 못한 채, 창밖의 가로등 불빛이 벽을 번지는 모양을 따라가며 종이를 폈다. https://xn--2o2b62eu2l5g.isweb.co.kr/ 낮에는 바빠서 외면했던 마음이 외로운밤에만 선명해지는 이유가 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오래 묵힌 서운함들이 목까지 차오르고, 스스로에게 냉정한 문장들부터 솟아오른다. 그럴 때 나를 건져 올린 것은 사람들의 멋진 조언이 아니었다. 쉽게 외워지는 말도 아니었다. 종이 위에 한 줄 한 줄, 내 호흡의 길이에 맞춰 적어 내려간 문장들이었다. 용서는 사건의 크기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다시 살아보려는 쪽으로 몸을 돌리는 기술에 가깝다. 그 기술은 밤에 익힌다. 밤이라는 시간의 질감 밤은 증폭의 시간이다. 다른 소리들이 사라지면 몸 안의 소리가 커진다. 낮에는 견딜 만했던 기억이 밤엔 확대되어 보인다. 실수 하나가 인생의 전부처럼 과장되고, 상대의 무심함이 의도적 악의처럼 느껴지기도 한

Continue reading →Read 외로운밤에 쓰는 용서의 문장들
§

Article III

외로운밤, 골목길 가로등 아래서 만난 추억

By @raymondmfck295

비가 그친 뒤의 밤공기는 늘 단정하다. 골목길에 남아 있는 물웅덩이가 네모난 창문 불빛을 잡아당겨 반쯤 흔들린 사각형을 만든다. 그 위로 가로등 불빛이 얹힌다. 먼지와 습기가 빛을 부풀리고, 어제의 냄새와 내일의 약속이 그 흐린 원 안으로 슬며시 들어오는 순간. 외로운밤은 대개 이런 장면에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압도적으로 큰 외로움이 아니라, 어깨에 가볍게 내려앉는 체온 같은 것. 모든 게 잠시 느려지는 사이, 가로등 아래를 지나던 발걸음이 멈추고, 어딘가에서 오래 묵은 기억 하나가 불려나온다. 나는 현장에서 밤을 오래 다뤄 온 사람으로서, 조명의 배선, 색온도의 차이, 도시가 정해 놓은 점등 스케줄까지 수없이 들여다봤다. 이상하게도 그 기술적인 세부는 결국 같은 자리에 닿았다. 누군가의 밤을 조금 덜 무섭게, 조금 더 견딜 수 있게 해 주자는 의도. 그런 뜻이 깃든 불빛은 그 자체로 안전과 경계의 신호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누구도

Continue reading →Read 외로운밤, 골목길 가로등 아래서 만난 추억
§

Article IV

외로운밤, 꿈과 현실 사이의 얇은 막

By @raymondmfck295

밤은 늘 같은 모양으로 오지 않는다. 사람마다 고개를 젖히는 각도, 창으로 스며드는 빛, 방의 온기, 손끝에 붙어 있던 일의 잔향이 조금씩 다르다. 그 차이들이 뒤엉켜, 어떤 밤은 금세 잠으로 미끄러지고, 어떤 밤은 몸을 또렷하게 세운다. 외로운밤은 대체로 후자에 속한다. 커튼 가장자리 틈으로 가로등이 뉘여 앉고, 천장이 희미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 보일 때, 사람은 자신과 오래 마주한다. 그건 종종 불편하고도 귀한 시간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얇아져 손가락 끝으로 만져질 듯 흔들릴 때, 그 얇은 막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음 날이 달라진다. 밤의 지형을 읽는 일 낮에는 방향을 묻지 않아도 된다. 전자우편이 오고, 호출이 울리고, 약속이 시간을 잡아끌며, 나를 외부로 끌어당긴다. 밤이 되면 외부의 힘이 느슨해지며, 내면에서 무언가가 부풀어 오른다. 그 무언가의 이름은 사람마다 다르다. 미뤄둔 생각, 말을 놓쳐버린 대화, 숫자와 표

Continue reading →Read 외로운밤, 꿈과 현실 사이의 얇은 막